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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미 153 연대기 | 2009

나는 사물에 대해 얘기하기를 좋아한다. 그러나 긴 수다가 끝나고 나면 그것이 전혀 사물에 대한 얘기가 아니었음을 깨닫는다. 사물은 결코 사물로서 온전히 머무르는 법이 없다.
모나미 153 연대기는 모나미 볼펜에 관해 수집한 여러 가지 정보에 픽션을 뒤섞어 책으로 엮은 것이다. 그러니까 이 이야기는 사실에 기반한 허구이기도 하고 허구가 불러낸 사실이기도 한 것이다.

정보 유통이 투명하지 않았던 60-80년대 권위주의 시대의 축적된 이야기는 90년대에 중등교육을 받은 나와 같은 세대에게는 영원히 되풀이되는 일종의 구전동화일 수 있다. 그 속에서 발견되는 일련의 이미지들이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으로 모나미 볼펜과 만난다. 그 결과, 과장과 생략과 인용과 거짓말로 구성된 너스레의 조각들을 이루었다.

이야기라는 것이 어차피 허구성을 띠는 것이라면 이야기를 되풀이하고 있는 우리의 역할도 허구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나는 신중한 과학자로서가 아니라 뻔뻔한 편집자로서 텍스트와 이미지를 다룬다. 결국 작업의 한 축을 이루면서 끈질기게 나를 따라다니는 것은, 쓴다는 행위의 의미에 대한 질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