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가 김영글이 돌 이미지에 관해 쓴 책. 예술 안팎과 삶의 공간 여기저기서 발견한 돌 이미지를 한곳에 불러 모아, 돌이라는 사물에 사람이 부여해온 다양한 의미를 채집하고 해석한다.
✧ 서지정보 ✧
제목 : 사로잡힌 돌
지은이 : 김영글
디자인 : 최진규
판형 : 136X156mm
면수 : 168쪽
발행일 : 2024년 1월 31일
값 : 18,000원
✧ 목차 ✧
0. 뼈
1. 수집가의 말
2. 바위가 있는 곳
3. 전쟁바위
4. 말하는 돌
5. 그냥 돌멩이
6. 표면여행
7. 돌이 떠 있는 동안
8. 꿈 꾸는 돌
9. 주먹도끼
10. 닮은 돌
11. 얼굴 I
12. 얼굴 II
13. 얼굴 III
14. 얼굴 Ⅳ
15. 자라는 돌
16. 틈
17. 기억하는 돌
18. 자국
19. 바위섬
20. 받아쓰기
21. 둥근 것들
22.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눈앞에 돌이 있다. 돌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무생물 가운데서도 인간과 가장 거리가 먼 사물. 돌과 인간의 공통점을 찾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돌에는 사람의 마음을 끄는 데가 있다. 인간의 희로애락과 축적된 세월이 돌 안에서 읽히기 때문일 것이다. 돌은 침묵이 장기인 자연물이지만, 돌에 덧씌워진 이미지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이야기 속으로 돌 앞에 선 이를 데려간다.
사물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이미지와 텍스트의 관계에 집중해온 미술작가 김영글은 2018년부터 돌 이미지를 수집해 왔다. 2019년 세마창고에서 연 개인전 《사로잡힌 돌》은 수집한 이미지들을 분류하고 아카이브로 재구성하려는 시도에서 출발했다. 애초의 목적은 돌을 탐구하는 것이었으나 엄밀히 말하면 돌이 아니라 돌을 바라보는 인류의 시선과 욕망에 대한 탐구라고 하는 것이 옳겠다. 돌이라는 사물은 시대와 문화에 따라 실용적 도구가 되기도 하고, 미적 대상이나 숭배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인간의 욕망과 사회 현실을 투영하는 이야기가 아로새겨진다는 점에서 예술과도 닮아 있다.
리서치를 하는 과정에서, 작가의 관심은 특정 사물과 이미지의 구체적 형상을 향하는 동시에 인류의 습속과 문화에 깃든 인간 심리의 보편성과 다양성을 이해하고자 하는 추상적인 목표를 향했다. 작가는 다음과 같이 쓴 바 있다. “수집이라는 행위에 대한 나의 관심은 사물을 늘 횡적인 배열로 바라보게 하고, 이미지 안에서 느끼는 서사에 대한 갈증은 사물을 늘 종적인 역사로 읽게 만든다. 이 전시는 사물을 대하는 그 두 가지 방식을 서로 교차시켜보는 실험이기도 했다.” 『사로잡힌 돌』은 그 실험의 과정에서 특별한 애정으로 건져올린 돌 이미지들에 관해 썼던 글을 다듬고 고쳐 2024년 새로이 엮은 것이다.
다시, 눈앞에 돌이 있다. 돌은 그 자체로는 아무런 의미도 없다. 마치 돌멩이 수프 속의 돌멩이가 원래 아무런 맛도 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어떤 돌을 집어들더라도 그 무심한 물체가 시간과 공간, 그리고 인간에 대한 상상력을 자극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